학문 [연재 0] 데이비드 하비의 "의제자본" 이론은 금융위기 설명할 수 있을까?

2024-12-01 02:18:11 | 조회수: 15 | 좋아요: 0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붕괴로 시작된 미국 주택시장의 금융 위기는 찰라의 시간에 평온하던 경제 풍경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유리창이 깨지는 것처럼 위기의 순간은 항상 급박하게 찾아오죠.


데이비드 하비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 폭풍은 단순히 하늘에서 우연히 떨어진 것이 아니에요.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쌓인 열기와 차가운 공기의 대립, 즉 공간적 역학과 불균등한 발전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부동산의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세워진 투기 광풍은 금융 자본의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무너졌고, 이로 인해 미국 전역은 경제적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하비의 눈으로 바라본 자본주의 분석은 단순한 경제 붕괴의 기록을 넘어, 자본주의 풍경 속에서 공간과 자본이 어떻게 서로를 춤추게 하고, 때로는 어떻게 파괴적인 하모니를 이루는지 보여주죠.

이 글은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의 관점에서 공간적 역학, 불균등한 지리적 발전, 금융자본의 확대가 어떻게 위기에 기여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려고 해요.

1. 공간 역학(dynamics)과 불균등 발전:
하비(Harvey)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공간적 움직임(동학, dynamics)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금융 위기 이전 몇 년 동안 미국 전역의 주택 시장에는 상당한 공간적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급격한 주택 가격 상승과 투기 거품이 발생한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불균등 발전(uneven development)은 부분적으로 도시화, 일자리 증가, 신용 접근성과 같은 요인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 라스베거스, 마이애미, 피닉스와 같은 도시는 상당한 주택 붐을 경험한 반면 다른 도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카고의 금융화에 대한 논문은 Weber의 Selling City Futures: The Financialization of Urban Redevelopment Policy를 참고하세요. 이 논문는 글로벌 금융 시장이 어떻게 미국 도시들의 활동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조사합니다(논문 바로가기) 논문을 이해하기 위해서 조세 담보 금융(TIF)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지방정부가 미래 발생한 세금을 담보로 도시를 생산하는 일종의 금융기법이었죠.

2. 주택 금융화:
Harvey의 관점은 또한 주택 금융화(영어로는 financialization)가 핵심 요소임을 강조합니다. 금융기관은 주택저당증권(MBS), 채무담보부채권(CDO) 등 복잡한 금융상품에 참여하면서 주택시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금융 상품은 묶음으로 묶여 전 세계 투자자에게 판매되어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데 기여했습니다. 장기적인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금융기관의 단기적인 이익 추구가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단 비난을 받죠.

이걸 마르크스적 표현으로 의제자본, 혹은 가짜자본(fictitious capital)이라고 합니다. 주택금융화와 함께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죠.

3. 투기와 과잉 축적:
Harvey의 자본 과잉 축적 이론은 주택 위기를 이해하는 데 적합합니다.

주택시장은 개인과 기관이 주거용이 아닌 금융자산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등 투기 장으로 변했죠. 이러한 투기적 광란은 가격을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거품을 만들었습니다. 거품이 터지자 주택 가치가 급락하고 압류가 늘어나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4. 위험의 지리적 집중:
수도권 집중이 심한 한국인들은 이 문제를 너무 잘 알죠. 인서울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도 위기는 지리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지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노출과 이에 따른 압류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서브프라임 대출자가 집중된 지역은 부동산 가치의 붕괴를 경험했으며, 이는 재산세 수입, 공공 서비스 및 도시 황폐화의 하락세로 이어졌습니다.

위험이 지리적으로 집중되면서 위기가 특정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서울대학교의 한 논문(이후빈, 2017)은 이 과정을 설명한 논문입니다. 논문이라 다소 읽기가 어렵지만, 한 번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있겠죠?

5. 국가의 대응:
Harvey의 관점은 국가의 역할도 고려합니다. 위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에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연준의 통화정책 조치 등 다양한 개입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압류에 직면한 주택 소유자를 지원하기에는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금융 기관을 구제한다는 이유로 종종 비판을 받았습니다.

Harvey의 관점은 위기 관리에 있어 국가 개입의 정치 경제적 측면을 강조해요.

참고로 국가론은 Harvey의 주 전공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가의 역할에 대한 분석을 간과하지 않았습니다.

보론: 비판론자의 눈에는 늘 안 좋은 것만 보이는 것 아닐까?
데이비드 하비는 자본주의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저작들은 자본주의의 불평등, 불안정, 그리고 공간적인 불균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드러냅니다.

그는 자본주의 하에서 발생하는 번영(prosperity)도 종종 불평등과 착취의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하비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지속적인 성장과 확장을 요구하는 체제이며, 이 과정에서 자본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 새로운 노동력, 그리고 새로운 자원을 찾아야 합니다.

일시적인 경제적 번영이 발생할 수 있지만(예를 들면 미국의 60년대), 그러한 번영은 종종 불균등하게 분배되며, 또한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비는 이것을 '가치파괴'(devalue)라고 명징하게 표현하죠.

하비는 자본주의 체제가 생성하는 ‘공간의 압축’ 현상에도 주목합니다. 이는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 자본의 흐름이 공간과 시간을 압축시켜, 세계의 다양한 지역이 서로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역은 급속한 경제 성장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다른 지역은 소외되고 빈곤화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하비는 자본주의 하에서의 번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이러한 번영이 종종 불균등하고 불안정하며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적인 경제 모델과 사회 체제에 대한 탐색을 강조합니다.

<희망의 공간>(2008) 이란 책은 그런 느낌을 반영한 책이죠.

여기까지 읽고 나면 이런 의문이 떠오를 겁니다.

그런데 데이비드 하비가 누구지?

사실 이전 글에서도 잠깐 다루기도 했어요. 하지만, 어딘가 ChatGPT의 도움을 받았을 것만 같은 이 글만으로 충분하지 않죠.

그래서 앞으로 연재로 그가 누구이고, 어떤 학문적 업적을 이뤘고, 왜 그렇게 유명하며, 또 한국에서는 왜 별로 유명하지 않은지, 그리고 그의 논의는 한국에서 의미가 있는지, 대안으로 가능한지 등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글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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