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혁명의 분위기에서 민권운동의 히어로였던 마틴 루터킹의 암살을 계기로 많은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납니다. 그 중 가장 격렬하게 일어났던 곳 중 하나가 볼티모어였어요. 시위는 처음에 평화적으로 이뤄졌으나 6일째부터는 창문을 부수고 상점을 약탈하는 등 폭력적인 사태를 띄기 시작했어요. 린든 존슨 대통령은 당시 연방군의 투입을 결정할 정도였죠. 결국 1만명이 넘는 군인과 경찰이 동원되어 사태를 진정시켰어요. 그 와중에서 5명이 숨지고 404명이 체포되었어요.
1969년은, 작년에 일어났던 폭동, 더 나아가서는 지금까지 다뤘던 1968년이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미국사회는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볼티모어에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당연히 지식인들은 이런 문제를 고민해야 했어요. 1973년 발간된 『사회정의와 도시』라는 저작에 하비 교수의 이런 고민이 잘 담겨 있어요.
데이비드 하비는 존스 홉킨스 대학에 교수로 임용되어 그 폭동이 왜 일어났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이때 하비는 주택 문제에 주목하게 되었고, 폭동이 도시 내의 불평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사회학이나 도시경제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주택 불평등과 폭동 사이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설명해내지 못했어요. 이에 하비는 마르크스의 저작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볼티모어에는 소위 '게토'가 존재했어요. 게토는 원래 유대인을 격리시키는 지구를 얘기하는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특정 인종이 모여사는, 주로 가난한 동네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죠. 볼티모어 시위는 확실히 '가난'과 '도시' 그리고 '인종' 문제가 섞여서 일어난 것이었어요. 그 중에서 '가난'과 '도시'에 집중해보죠. 왜 가난한 사람들은 도심에 다닥다닥 모여 살면서 게토를 형성하게 되는 것일까요? 어떤 블록은 잘 정비되어서 사람들이 살기 좋은 반면 왜 몇 블록만 가면 총소리가 들리고, 치안이 불안한 걸까요? 이 문제를 도시경제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할까요?
도시경제학자 알론소(Alonso)의 입찰지대곡선을 통해서 한 번 이 문제를 짚어보도록 하죠. 우리는 알론소의 도시지대론을 다음과 같은 그래프로 많이 접합니다. 이 아이디어는 이미 튀넨의 고립국 이론으로 완성된 것이었어요. 사실 알론소의 기여는 입찰지대론을 도시에 ‘적용’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니 조금 후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죠.
사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단어는 ‘입찰’ 지대 곡선이에요. 영어로는 bid rent curve라고 하죠. 입찰이란 것은 도시 지대를 결정할 때, 가장 돈을 많이 내는 순서대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죠. 말하자면 “이 토지를 이용할 사람?”이라고 했을 때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르는 사람이 이용하게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가장 꿀입지를 차지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돈을 적게 부르는 사람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땅을 차지하게 되는 거에요. 말하자면 아래와 같은 곡선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는 거죠.
* 사실 '지대'(rent) 역시 엄청 심오한 단어인데 여기에서는 그냥 '임대료'라고 이해합시다.
여기서의 가정은 “이익 = 가격 – 비용(교통비용+생산비용)”이 되는 것이고, 이 중에서 다른 조건이 같다고 한다면, 교통비가 커질수록 더 가파르게 우하향 하게 되는 것이지요.
여기서 알 수 없는 문제가 하나 발생해요. 그리고 알론소는 도시에 입찰지대곡선을 적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유명했던 거에요. 그게 뭐냐면, “왜 도심에 게토가 형성되는가?” 하는 문제였어요.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은 나라라서 버제스의 동심원 이론이나, 호이트 선형이론 등을 다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 이론들은 저 입찰지대곡선과 ‘일관되게’ 게토를 설명해내지 못해요. 게토는 도시 외곽이 아니라 중심가에 형성이 되거든요. 건조하게 말하자면, 왜 가난한 사람들이 도심에 거주하고, 중산층이나 여유 있는 사람들은 외곽에 살게 되는가?
알론소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해결합니다. 먼저 한계효용 곡선을 하나 그려볼 수 있어요. 주택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효용이 충돌한다고 가정해요. 아까 본 것처럼 지대는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우하향 하니, 여러분은 외곽으로 나갈수록 더 넓은 집에 살 수 있어요. 더 넓은 집에 살수록 만족도가 올라가죠. 그런데 반대로 거리가 멀어지면 출퇴근 시간이 길어져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더 많은 시간을 출퇴근에 보내야 하죠. 그래서 주택의 함수는 ‘거리’(교통비)와 ‘면적’(만족도)가 서로 반비례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아래와 같은 함수가 그려집니다.
그런데 막상 각 개인의 한계효용 곡선은 다르게 형성이 되어요. 여기 두 사람이 있어요. 한 명은 돈이 부족해요. 그렇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이 느끼는 거리의 한계효용은 클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까만 선처럼 가파르게 우하향 하는 곡선이 그려집니다. 그런데 부자들은 어때요? 부자들은 거리비용의 한계효용이 낮습니다. 그러므로 기울기가 완만하죠. 그래서 교통비를 기꺼이 지불하고서라도 보다 넓은 면적의 집을 사고 싶어하는 거에요. 소위 이 내용이 미국에서는 흔한 스프롤 (sprawl) 현상, 즉 도시가 외곽으로 넓게 퍼져나가는 현상을 아주 멋지게 설명해내죠.
알론소의 쿨한 점은 이 두 그래프를 합쳤다는 점이에요. 즉 동일한 입찰지대 곡선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균형점과 부자의 균형점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한 거죠. 가난한 사람은 교통비가 큰 부담이기 때문에 취업기회가 많은 시장 안쪽으로 입지하게 되어요. 물론 여기에서는 더 높은 지대가 형성되어 있어요.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넓은 면적을 차지하면서 주거효용을 누리기 보다는 좁은 평수라도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시장에 가까이 입지하려고 해요. 도심에 아파트보다는 비싼 오피스텔이 형성되는 것이 이와 같은 원리로 이해해볼 수 있겠죠.
사실 이 이론은 벌써 1960년대에 나온 이론이에요. 그래서 게토가 중심가에 형성되는 것을 ‘도시경제학’ 혹은 ‘입찰지대곡선’이 설명을 해내지 못한 것은 아니에요. 이미 알론소의 입찰지대 곡선은 게토가 왜 중심가에 형성되는지를 훌륭하게 설명해 낸 거죠. 사실 저는 버제스의 동심원이론이나 호이트의 선형이론, 해리스와 울만의 다핵심이론보다 알론소의 이론이 도시경제학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한계효용 개념을 적용해서 도시의 공간구조를 설명해내는 정말 쿨한 이론이죠!
그런데 하비는 이 이론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는 이미 지리학에서의 설명을 통해서 이미 이 이론에 대한 언급이 1973년 사회정의와 도시에서 등장해요. 하비는 알론소의 기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이 이론에 대해서 제가 여기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과 똑같이 설명해요.
입찰지대곡선이 게토를 설명하지 못해서 하비는 마르크스를 가지고 왔다?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설명이에요. 알론소의 입찰지대곡선은 게토가 왜 도심에 입지하는지 훌륭하게 설명해 냈어요. 그런데 이 상황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프 안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은 게토 안에서 영원히 균형점에서 만족하면서 살게 될까요? 한계효용에 맞게 사는 사람들이 누적되면 또 어떻게 될까요? 이런 것을 동학(dynamics)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선택이 누적되고 교차되었을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설명이 필요했어요.
누구나 볼티모어의 도시문제가 어느 정도는 폭동과 연결된다고 추측은 할 수 있었어요. 알론소에 따르면 왜 도시에 게토가 형성되었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하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는 계속 게토는 형성되고, 나중에는 ‘황폐화’되었다는 논리에 의해서 자본에 의한 재개발이 추진될 것이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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