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17세기 말 유럽의 웅장한 학술 회의장. 높은 아치형 천장 아래, 금박으로 장식된 책장과 복잡한 기하학 도형이 새겨진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긴 오크 목재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요한 베르누이와 야코프 베르누이 형제가 마주 앉아 있다. 공기 중에는 형제간의 애증이 스며들어 있으며, 테이블 위에는 흩어진 편지, 미완성 증명, 역학 실험 도구, 그리고 서로의 필체가 겹쳐진 계산식들이 놓여 있다. 벽난로의 불꽃이 그림자를 흔들며 그들의 얼굴을 반짝이게 한다.
기: 갈등의 폭발
요한 베르누이 (종이를 찢는 소리를 내며): "형님, 이 '최단 강하 곡선' 문제에서 브라키스토크론을 증명한 건 저입니다! 라이프니츠 님께서도 제 해법을 칭찬하셨다오."
(테이블 위에 놓인 금속 구를 굴리며 곡선 경로를 보여준다. 구르는 소리가 울린다.)
야코프 베르누이 (깊은 주름을 잡은 이마를 쓰다듬으며): "네가 미분으로 속도만 계산했다면, 난 적분의 극값을 탐구했지. 자연은 항상 최소의 에너지로 움직인다. 진자의 궤적도, 빛의 굴절도——모두 변분법의 언어로 읽혀야 해."
(진자 시계를 들어 올려 그 추의 궤적을 따라 손가락을 그린다.)
요한 (비틀거리며 일어서며): "형님은 항상 '자연의 철학' 운운하시지만, 정작 계산엔 무능하시군요. 로피탈 후작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 미적분을 가로채 베르누이의 법칙으로 포장한 건 잊으셨습니까?"
(한 편지를 집어들고 야코프의 눈앞에서 흔든다. 편지 봉인에 로피탈 가문의 문장이 번뜩인다.)
야코프 (주먹을 쥐고): "그건… 학문을 위해 희생한 것이다! 네 이름 대신 진리가 역사에 남는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
(갑자기 진정하며) "하지만 네 미분 기법은… 정말 빠르더군."
(종이에 ∫ 기호를 그리며 요한의 계산식을 베낀다.)
승: 학문적 열정의 충돌
요한 (조롱 섞은 미소를 지으며): "형님은 변분법을 '신의 눈'으로 본다지만, 실제 적용엔 한계가 있죠. 이건 어떻습니까?"
(테이블 끝에 놓인 물통을 집어들고 기울인다. 물이 소용돌이치며 흘러내리자, 손가락으로 유체의 경로를 따라간다.)
"유체 역학의 미분 방정식——형님의 우아함으로는 이 난제를 풀 수 없을 겁니다."
야코프 (얼굴을 붉히며): "우아함이 무슨 약점인가! 데카르트의 좌표계도 처음엔 조잡했지만, 이제는 모든 곡선의 언어가 되었다. 변분법은 시간과 공간을 잇는 다리야."
(창문을 열어 폭풍우를 들이받는다. 바람이 종이를 휘날리며)
"저 폭풍의 궤적도, 네가 좋아하는 미분으로는 단순한 순간의 속도일 뿐이지. 난 그 전체의 패턴을 보려 한다."
요한 (소리쳐): "전체? 형님은 미적분을 두고 '악마의 도구'라 했잖습니까! 그런 주제에 지금 내 계산식을——"
(야코프의 종이를 빼앗아 자신의 미분 표기법을 덧붙인다. 잉크가 번진다.)
전: 불꽃 속의 교감
야코프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하… 네가 미적분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구나. 순간의 변화를 쫓는 너는——마치 불꽃 같아."
(벽난로의 장작을 집게로 건드리며 불꽃이 튀게 한다.)
"난 불꽃이 남기는 재를 연구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남는 것——그게 변분법의 힘이지."
요한 (잠시 침묵하다): "…형님은 항상 제 앞을 막아서시더군요. 아버지의 칭찬도, 학회의 초대도 다 가로채시면서."
(책장에서 낡은 유년 시절의 수학 노트를 꺼낸다. 형제의 필체가 섞여 있다.)
"하지만 이 노트… 형님과 함께 풀었던 적분 문제들. 그땐 정말… 즐거웠습니다."
야코프 (부드러운 목소리로): "네가 13살 때 내 변분법 논문을 베껴 가더라. 화났지만… 동시에 자랑스러웠다."
(노트를 펼쳐 어린 요한의 낙서를 가리킨다. '형님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문구가 희미하게 적혀 있다.)
결: 경쟁과 영광의 합일
요한 (의자를 끌어당기며): "자, 이 문제를 함께 풀어보시죠. 최소 강하 시간과 최소 표면적을 동시에 만족하는 곡선——과연 존재할까요?"
(물통의 물로 테이블에 두 곡선을 그린다. 하나는 브라키스토크론, 다른 하나는 현수선 모양이다.)
야코프 (눈빛이 빛나며): "흥미로운 도전이다. 네 미분과 내 변분법을 합친다면…"
(종이를 가로로 접어 두 곡선을 교차시킨다. 접힌 자리에 새로운 방정식이 튀어나온다.)
"이건——등시곡선과 현수선의 교차점. 여기에 에너지 보존 법칙을 적용하면…"
요한 (재빨리 계산하며): "적분 상수를 조율해야 합니다! 여기서 속도 벡터를——"
(야코프의 변분법 기호 옆에 자신의 미분식을 써내려간다. 두 필체가 뒤섞인다.)
야코프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이게 베르누이 형제의 해법이다."
(완성된 방정식을 들어 보인다. 브라키스토크론과 현수선이 한 점에서 만나며 빛난다.)
해설:
야코프의 변분법은 자연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거시적 철학'이었고, 요한의 미적분은 변화의 순간을 포착하는 '미시적 도구'였다. 그들의 경쟁은 수학을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단일한 언어로 승화시켰다. 오늘날 브라키스토크론 문제의 해법은 형제의 필체가 섞인 종이처럼, 두 사상의 결합으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