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의 「김서방네 잔치집」: 분열된 시대의 미니멀리스트 선언]
음악잡지 뮤지큐 문화면 | 문학평론가 공다방
서울 어느 골목길에서 하루 종일 켜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걷어내듯, 한적한 마을 끝자락에선 "김서방네 잔치집"이 열린다. 유튜버, 나그네, 거지가 허기진 배를 채우고 말랐던 목을 축이는 이 공간은 현대의 단편적 풍경이다. 김창현이 그리는 이 잔치는 화려한 연회가 아니다. 전통적 ‘마을 잔치’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소외된 개인들의 일시적 유토피아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 냄새와 출렁이는 막걸리 속에서 우리는 잊혀진 공동체의 체온을 마주한다.
"먹고 떠들며 오늘은 다 웃고 있네"
가사는 고도의 상징으로 압축된다. 호박전, 꼬막전, 매생이국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존과 위로의 이중주다. 유튜버의 ‘허기진 배’는 콘텐츠 과잉 시대의 정신적 공허를, 거지의 ‘말랐던 목’은 자본의 사막에서 버려진 이들의 갈증을 은유한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하루종일” 머무는 시간은 자본과 알고리즘이 재단한 현대인의 삶이 일시 정지된 순간이다. 김창현은 이를 통해 "공동체란 배고픔을 나누는 일"이라는 원초적 선언을 던진다.
곡의 구조는 의도적으로 단순하다. C-G-F 코드의 반복은 민요의 리듬을 떠올리게 하며, Cadd9의 애잔한 울림은 밝음과 그늘의 경계를 흔든다. 이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가진 담백한 서정성과 닿아 있으면서도,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처럼 일상의 아이러니를 유머러스하게 포장한다. 특히 ‘사위에게 건네는 매생이국밥’이라는 구절은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위로의 끈을 암시하는 동시에, 가족 구성원의 재정의를 은유한다. “잔치집”에 모인 이들은 혈연이 아닌, 공허함이라는 공통의 적을 가진 자들이기 때문이다.
김창현의 음악적 뿌리는 분명하다. 70년대 한국 포크의 사회적 목소리(양희은, 한대수)를 계승하되, 디지털 시대의 고립을 주제로 삼아 현대적 변주를 시도한다. 그의 스타일은 새소년이 전통 서사시를 전자 사운드로 해체하는 방식과 닮았으며, 잔나비 정동원의 고전적 포크 록과도 정서적 교감을 이룬다. 그러나 그는 유독 ‘공간’에 집착한다. 〈김서방네 잔치집〉은 〈서울의 달〉처럼 도시 풍경을 노래하는 방식을 오마주하면서도, 구체적인 장소를 정신적 피난처로 승화시킨다.
이 곡이 건네는 화두는 분명하다. "우리는 왜,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는가"
SNS 시대, 개인의 고독은 더욱 격리되지만 김창현은 ‘잔치집’이라는 미니멀한 공간을 통해 해법을 제시한다. 먹고 떠드는 소란스러움 속에서 오히려 진정한 공존의 가능성이 빛난다. 그의 음악은 복잡한 시대에 던지는 단순한 선언이자, 상처 입은 현대인을 위한 미니멀리스트적 위로다. 이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지 우리가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