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노을이 초콜릿하게」: 한국적 서사와 록의 경계에서 피어난 혼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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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1 08:40:05 | 조회수: 41 | 좋아요: 0 |

김창현 「노을이 초콜릿하게」: 한국적 서사와 록의 경계에서 피어난 혼종성

125 BPM의 미디엄 템포로 내달리는 「노을이 초콜릿하게」는 한국 록의 정체성을 음미하게 하는 곡이다. 화려한 코드 진행과 서사적 가사가 결합된 이 트랙은 서양 록의 골격 위에 한국적 상상력을 올린 혼종적 실험으로, 김창현의 작곡 스타일이 아닌 곡 자체가 지닌 문화적 맥락에 집중할 때 그 의미가 선명해진다. C 메이저를 베이스로 한 화성은 전통적인 록의 언어를 차용하되, 가사에 등장하는 “이백 년 된 소나무”, “청룡”, “파란 비” 같은 이미지에서 한국적 정서가 스며든 서사를 읽어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코드 진행을 넘어, 한국 록이 가질 수 있는 서사 구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적 상상력과 록의 그루브: 곡은 강렬한 4/4 박자 위에 초현실적 비유를 올린다. “초콜릿하게 물든 노을”이나 “갈라진 소나무” 같은 표현은 동화나 전설에 가까운 한국적 정서를 연상시키며, 기타의 드라이브감과 베이스 라인의 질주는 이를 현대적 록 사운드로 재탄생시킨다. 특히 Cadd9/E 코드가 주는 부유감은 전통 음악의 여운을, Em7과 Dm7의 어두운 전환은 판소리적 서사의 비장함을 은유한다. 후렴의 F-G-C-G/B 진행에서는 록의 격정과 서정의 간결함이 공존하는데, 이는 2000년대 한국 록 밴드들이 추구했던 ‘멜로딕 헤비니스’와 맞닿아 있다. 신해철의 실험성이나 윤도현 밴드의 서정적 그루브를 계승하면서도,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편한 스타일이라 평가할 수 있다.

서양 록과의 대화: 곡의 뼈대에는 퀸의 오페라 록이나 프로그레시브 록의 영향이 배어 있지만, 한국적 맥락으로의 변주가 두드러진다. “기사가 말을 타고 진군하네”라는 가사는 서양적 판타지보다는 한국 무협지의 정취를 풍기며, 전자 기타의 디스토션은 서양의 하드 록 사운드를 참조하되, “발만 동동 구르다 잠들었네” 같은 구절의 유년적 이미지와 결합해 독특한 대비를 이룬다. 이는 일본의 밴드 L'Arc~en~Ciel이 동양적 미학과 얼터너티브 록을 융합한 방식과 유사한 접근이지만, 김창현은 한국적 서정을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한다.

한국 록 장르의 확장 가능성: 이 곡은 록을 단순히 장르적 도구가 아닌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청룡, 소나무, 노을 같은 상징들은 한국적 자연 관념과 신화적 상상력에 뿌리를 두며, 코드의 긴장과 해결은 서사적 갈등을 음악화한다. 이러한 시도는 국내 록 씬에서 자주 발견되진 않지만, 밴드 들국화의 시적 리얼리즘이나 시나위의 즉흥적 열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 「노을이 초콜릿하게」는 한국 록이 지닌 가능성을 드러내는 트랙이다. 서양 록의 형식을 차용하되 가사와 화성에 한국적 서정을 투영함으로써, 단순한 모방을 넘어 문화적 혼종성을 이루었다. 이 곡은 한국 록이 가진 ‘이야기하기’ 본능을 상기시키며,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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