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 매미 소리에 스며든 귀환의 정서

여름의 끝자락, 따가운 햇살 아래 잦아드는 매미 소리는 단순한 배경음악 그 이상이다. 그것은 흘러간 시간의 리듬이자,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알람과 같다. 바로 이 익숙하고도 아련한 소리, <매미 소리 맴맴맴>은 사소한 자연의 소리 하나를 빌려와 우리 삶의 한 페이지, 특히 ‘돌아옴’의 순간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 곡은 멀리 떠났던 여행자의 시선에서 시작하여, 낯선 흥분과 설렘이 가라앉은 후 마주하는 익숙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차분한 감정선으로 그려낸다.

🎶 선율에 담긴 마음의 결

곡의 시작을 알리는 C–C/E–Am–C 코드 진행은 밝고 담백한 톤으로 문을 연다. 마치 새하얀 도화지 위에 첫 획을 긋듯, 꾸밈없이 솔직한 감정의 고백처럼 다가온다. 가사 속 ‘방비엥 계곡’과 ‘파묵칼레’ 같은 이국적인 지명은 잠시 여행의 추억으로 감상의 폭을 넓히지만, 이내 F–G–C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흐름 속에서 곡은 다시금 익숙함과 내밀한 사적인 공간으로 돌아온다. 특히, 해결되지 않고 잠시 머무는 듯한 Gsus4 코드의 사용은 떠남과 돌아옴 사이, 설렘과 평온함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감정의 여운을 효과적으로 암시하며 부유하는 마음의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 익숙함과 낯섦을 잇는 소리의 울림

이 곡의 진정한 백미는 단연 ‘매미 소리’다. 반복되는 "매미 소리 맴맴맴" 후렴구는 여름날의 청각적 배경인 동시에, 시간의 순환과 필연적인 귀환의 서사를 상징하는 핵심 모티프로 작동한다. 짜릿했던 모험과 뜨거웠던 로맨스는 이제 ‘추억’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마음 한편에 걸려 있고, 현실은 마치 햇살 좋은 날 바싹 마른 빨래처럼 건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마름’은 공허함이나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떠나있던 시간 동안 빼곡히 채워진 경험과 감정들이 지나간 뒤 찾아오는, 담담하고 잔잔한 상태에 가까운 건조함이다. 이 곡은 바로 그 역설적인 충만함과 평온의 상태를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 일상의 언어, 마음의 언어

"햇살 좋은 날 빨래처럼 바싹 말라 있네"
"한 숨 크게 쉬고 매미 소리 맴맴맴"
이 구절들처럼, <매미 소리 맴맴맴>은 평범한 일상의 단어들 속에 깊은 정서적 울림을 스며들게 한다. '빨래', '한숨', '매미 소리'와 같은 소박한 이미지들은 곡의 서사 안에서 단순한 묘사를 넘어, 복잡한 감정을 함축하는 시적 언어로 승화된다. 화려한 수사나 극적인 감정 표현 대신, 삶의 여백과 틈새에 자리한 미묘한 회한과 잔잔한 안도감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노래한다.

🎧 담담한 울림: 한국 인디씬의 한 조각

<매미 소리 맴맴맴>은 혁오(HYUKOH)의 <위잉위잉>이나 십센치(10cm)의 <폰서트>처럼 '귀환', '회상', '일상성의 재발견'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며 한국 인디 음악의 특정 흐름 안에 위치한다. 하지만 이 곡은 감정을 과장하거나 극적인 치유를 약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고 때로는 ‘말라 있다’고 느껴질 법한 솔직한 정서 그 자체로 청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이는 격렬한 변화나 극복의 서사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일상을 받아들이는 조용한 응시와 수용의 태도에 가깝다.

🌾 결론: 돌아옴이라는 조용한 축제

<매미 소리 맴맴맴>은 여행과 회귀, 이국적인 풍경과 익숙한 일상, 들뜬 마음과 차분히 가라앉은 마음이라는 선명한 대조를 ‘매미 소리’라는 하나의 핵심 상징으로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결국 이 곡이 향하는 곳은 화려했던 ‘떠남’의 기억이 아닌, 모든 것이 지나간 후의 ‘돌아옴’이라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돌아옴은, 요란하지 않지만 분명하게, 익숙한 풍경 속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자신을 마주하는 조용한 축제와 같다.